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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가족 이야기

"혈우가족 이야기"는 혈우재단 재단보 ‘코헴지’에 소개되었던 환우와 가족의 경험담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개인 보호를 위해 일부 글은 익명으로 게시합니다.

[환우 수기] 경희사이버대학교를 졸업하며
관리자 ㅣ 2020-04-01 11:43 ㅣ 331

 안녕하세요. 저는 경남 창원에 거주하고 있는 중등증 혈우병A 환우 입니다. 3년 전, 경희사이버대학교에 입학하고 첫 시험을 본 후 코헴지에 수기를 작성했었는데, 벌써 시간이 흘러 졸업을 하게 되어 다시 한번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경희사이버대학교 입학을 고민하고 있는 많은 환우분과 가족들에게 제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쳐있던 시절의 새로운 도전
 2016년, 무릎수술 후 재활치료를 하며 부산의원을 오가던 중에 의원 게시판에 붙어있는 경희사이버대학교 입학관련 포스터를 보게 되었습니다. 혈우재단과 경희사이버대학교의 산학협동협약을 통해 혈우재단에 등록한 환우라면 무료로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수술로 인해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있어서 집중할 수 있는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마침 경희사이버대학교 입학은 경제적인 부담 없이 공부를 하며 학위까지 취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고민 끝에 공부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저는 경희사이버대학교에서 한국어문화학과를 전공하였습니다. 졸업 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외국인을 상대로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선택한 전공이었습니다. 한국어문화학과는 한국어교육을 담당하는 교원을 양성하는 과정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4학년 때 실습과정을 이수하면 정교사 2급 자격증을 받을 수 있는데, 저는 추가로 다문화사회전문가2급 과정까지 수료해서 총 2가지 자격증을 취득하였습니다. 한국어교육과 문화에 관한 전문적인 내용을 배우는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이버대학교는 모든 교과과정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본인의 의지가 없으면 계획성 있게 강의를 듣고 공부에 집중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여유 있는 시간에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시간에 쉬고 싶고 놀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인 것 같습니다. 공부도 습관이기 때문에 하루하루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목표를 설정하고 반복적으로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또, 시험기간이 되면 개인적인 사소한 일들은 학업을 위해 조금은 내려놓아야 합니다. 토론 활동, 게시판 활동, 리포트 과제, 팀 과제 등 꼭 해야 하는 일들은 잘하든 못하든 성실하게 이수해야 합니다. 시험기간 2주 동안은 거의 약속도 잡지 않고 고등학교 때처럼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이러한 과정들은 해를 거듭하면서 익숙해졌고, 졸업을 한 지금은 오히려 공부를 하지 않아서 어색하기도 합니다. 저는 이러한 노력을 통해 모든 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칠 수 있었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이겨낸 고난
 4년 가까이 공부를 하다 보니 예기치 못한 변수가 많았습니다. 재학 기간 동안 두 번 정도 이직을 했는데 어떤 회사에서는 시험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걱정까지 해야 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일 오후 8시에 접속해서 해당 과목 시험을 봐야 하는데 근무가 9시에 끝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노트북을 회사에 몰래 들고 가서 시험을 봤던 경험도 있습니다. 어떤 날은 시험기간에 많이 아파서 정신없이 노트북을 바라만 보고 있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학업에 성실하게 임했고 부족한 부분은 리포트를 열심히 써서 성적을 더 받기도 하는 등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힘든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긍정적인 마인드와 스스로의 의지로 이겨냈습니다. 운동이든 취미생활이든 공부든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공부도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수 있었기에 체력관리를 위해 틈틈이 운동도 하였습니다. 무릎과 허리가 조금 안 좋았지만 꽤 활동적인 편이라 평소에 걷기도 많이 했습니다. 또, 군것질을 하지 않고 야식도 줄여서 항상 체중관리를 하였습니다. 건강을 위해 음주는 자제하는 편이고 비타민 같은 영양제도 잘 챙겨 먹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다 보니 출혈관리는 조금 소홀히 했던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다행이었던 점은 공부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다 보니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거나 건강을 악화시키는 많은 행동들을 자제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공부하는 기간 동안 큰 출혈이나 사고 없이 무사히 학업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직장에 다니면서 학업을 병행한다는 게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많이 힘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중간에 휴학을 고민했던 적도 있었는데 그렇게 되면 결국 포기하게 될까 봐 계절 학기까지 들어가면서 졸업을 향해 전진하였고, 끈기 있게 노력한 끝에 3년 반 만에 조기졸업을 하였습니다. 저는 20살 때 대학에 진학했었지만 가정형편도 어려웠고 일찍 사회생활을 하고자 하는 욕심에 학교를 그만두고 군대에 갔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사회생활을 하면서 대학 공부를 포기했던 것이 많이 후회되었습니다. 비록 올해 마흔이 되는 나이지만 늦게라도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이렇게 졸업을 하게 되어서 너무 뿌듯하고 기쁩니다. 경희사이버대학교는 학점이 4.3 만점인데 졸업 평점이 4.08 정도이니 스스로도 많이 노력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욕심내서 수석 졸업을 하고 싶었는데 살짝 아쉽기도 합니다.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는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졸업을 한다는 소식에 같이 기뻐해주고 격려도 해주어서 마음 한구석이 왠지 모르게 뭉클했습니다. 배움의 기회를 주신 경희사이버대학교와 혈우재단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나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인생!
 지난 2월, 경희사이버대학을 졸업하고 지금은 골프 관련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골프를 배운 경험도 있고 관련 자격증도 있어서 업무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무릎도 안 좋고 허리디스크도 있어서 신체적으로 불리함이 있지만 나름의 방법으로 잘 극복하고 있습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제가 아프다는 것도 모르고 있습니다. 이제 졸업을 통해 한국어교원자격도 얻게 되었으니 나중에 저의 경험들을 살려 기회가 되면 꼭 재능기부를 하고 싶습니다.
 건강하게 생활하는 것이 저에게 제일 중요한 목표인 것 같습니다. 처음 혈우병을 진단받았을 때는 눈앞이 캄캄했었는데 지금은 그러한 사실을 받아들이고 살면서 잘 극복하고 있습니다. 저는 항상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남들과 다르지 않다. 조금 불편할 뿐이다.’ 비록 아직 혈우병을 완치할 수 있는 약은 없지만 그럴수록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눈이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습니다. 눈이 나쁜 사람은 안경을 쓰거나 렌즈를 착용해서 조금 불편할 뿐이지 남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혈우병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들과 다르지 않고, 본인의 의지대로 열심히 하면 뭐든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 모두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밝게 생활하는 습관을 가지고 행복하게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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