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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가족 이야기

"혈우가족 이야기"는 혈우재단 재단보 ‘코헴지’에 소개되었던 환우와 가족의 경험담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개인 보호를 위해 일부 글은 익명으로 게시합니다.

결핍을 제약으로 두지 않고 삶의 한계를 완주하는 힘
관리자 ㅣ 2026-08-06 09:35 ㅣ 563

한민우(가명) 환우

Q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나이, 몇 인자 환우인지 등)

안녕하세요. 저는 1990년생 말띠, 올해 35살 한민우입니다. 현재 혈액응고 인자 중 가장 첫 번째인 1인자가 결핍되어 있는 ‘1인자 결핍증(무/저 피브리노겐혈증)’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환우입니다. 비록 희귀한 질환을 가지고 있지만, 남들 못지않게 열정적으로 운동하고 일상을 즐기며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Q2. 1인자 결핍증이라는 질환을 처음 진단받았을 때 기억하시나요? 본인이나 가족들은 어떤 마음이셨는지 궁금합니다.

저희 집안에는 혈우병이나 응고인자 결핍과 관련된 가족력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태어났을 때 이런 질환이 있을 거라곤 집안 누구도 전혀 예상을 못 하셨다고 합니다.

갓 태어난 아기의 탯줄(제대)에서 피가 멈추지 않고 계속 흐르는데, 당시에는 그 원인조차 알 수 없어 부모님께서 정말 크게 놀라고 당황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원인을 찾기 위해 애태우시며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던 그 당시 부모님의 심정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뭉클해지곤 합니다.

 

Q3. 1인자 결핍증이라고 하면 생소하게 느끼는 분들이 많은데, 직접 설명해 주신다면 어떤 특징들이 있을까요? (맞고 있는 약 등 소개 부탁드립니다.)

1인자는 일반적인 혈우병에 비해 트롬빈의 생성은 잘 되지만, 응고의 최종 재료라 할 수 있는 혈중 피브리노겐이 없어서 결과적으로 지혈이 되지 않는 질환입니다. 결국 응고인자인 피브리노겐을 처방받아 주기적으로 정맥주사 하고 있습니다.

 

Q4. 혈우병 A·B 환우 분들에 비해 희귀 응고인자 결핍증 환우로서 치료 과정에서 아쉬웠거나 어려웠던 점이 있었을까요?

가장 큰 어려움은 치료에 들어가는 시간과 약제 자체의 한계입니다. 일반적인 치료제와 달리 투여해야 하는 주사의 절대적인 용량이 많다 보니, 한 번 주사를 맞으려면 몇 시간이나 걸립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주사 시간을 따로 확보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일이죠.

또한, 현재 사용 가능한 약제가 유전자재조합제제가 아닌 혈장유래제제라는 점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항상 감염이나 부작용에 대한 잠재적인 리스크를 안고 치료를 이어나가야 하다 보니, 마음 한구석에는 늘 치료제에 대한 불안함과 아쉬움이 남아있습니다.

 

Q5. 1인자 결핍증의 경우 질환이 너무 희귀하다 보니 의료진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설명해야 했던 경험도 많았을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지금까지 관리를 철저히 잘해서, 무/저 피브리노겐혈증에 대해서 장황하게 설명하게 될 상황은 없었습니다.

다만, 로컬에 계신 의사 선생님 중에 희귀 난치 등록 코드를 보고 물어보시는 분이 있는데, 무/저 피브리노겐혈증을 처음 본다며 신기해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Q6. 치료 환경이나 의료 기술이 예전에 비해 좋아졌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너무 어릴 적이라 희미한 기억이지만, 과거에는 단순히 혈장을 투여받으며 혈중 피브리노겐 농도를 유지해야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시절에는 치료 효과나 안정성 면에서 부담이 훨씬 컸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후 파이브리노겐 제제가 도입되고 치료 환경이 개선되면서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여러 가지 위험 요소와 리스크가 크게 줄었습니다. 비록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과거에 비해 정제된 약품을 통해 보다 안전하고 정밀하게 질환을 관리할 수 있게 된 점은 확실히 발전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Q7. 희귀 응고인자 결핍증 환우로 살아오시면서 “이런 부분이 조금 더 보완되면 좋겠다.”라고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혈장유래제제인 파이브리노겐 이후의 유전자재조합 약이나, 유전자치료에 대한 것은 혈우병에 비해 연구진전도 적고 상용화되지도 않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희귀한 질환이다 보니, 치료제 개발뿐만 아니라 관련 제도나 지원책 마련 과정에서도 혼자서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경우가 많아 현실적인 어려움과 아쉬움이 큽니다.

 

Q8.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으신가요? (재단 방문주기, 예방요법, 운동 등)

재단은 보통 2~3주에 한 번 꼴로 방문하고 있으며, 평소 출혈 발생 여부나 개인 스케줄에 맞추어 방문 일정을 유동적으로 조정하고 있습니다. 건강 관리 측면에서는 관절 출혈로 인한 관절병증 합병증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어, 정해진 예방주사를 철저히 투여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관절 주변 근육을 보호하고 강화하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과 러닝을 꾸준히 시행하고 있으며, 관절 부담을 줄이기 위한 체중 관리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Q9. 쉬는 날에는 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나요? 최근 즐기고 있는 취미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요새는 러닝의 매력에 푹 빠져있습니다. 체중 관리나 심폐 기능 강화, 관절 유연성 확보처럼 신체적인 이점도 크지만, 무엇보다 스스로 정한 목표 거리를 달성했을 때 얻는 성취감이 정말 큽니다. '오늘도 해냈다'는 마음이 삶 전체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줍니다.

그리고 이렇게 열심히 땀 흘려 운동하고 나서 먹는 맛있는 한 끼가 저에겐 소소하지만 가장 큰 낙입니다. 주말이 되면 직접 요리를 해서 지인들을 집으로 초대해 같이 음식을 나누곤 하는데,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웃고 대화하는 그 시간이 요즘 저에게 가장 소중한 힐링이자 취미입니다.

 

Q10. 혈우병이나 희귀 응고인자 결핍증을 처음 진단받아 걱정하고 있을 환우나 보호자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처음 진단을 받았을 때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고 막막하시겠지만,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우리 질환이 사전에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가능한 질환이라는 점입니다. 질환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고 예방요법을 잘 지키면서 건강한 생활 습관을 다져나간다면, 제 경험상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오히려 더 에너제틱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처음의 두려움에 너무 사로잡히지 마시고, 철저한 관리와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를 채워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Q11.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일이나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운동적인 측면에서는 풀코스 마라톤 3시간 이내 완주가 목표입니다. 건강적인 측면에서는, 최근 피브리노겐 수가가 너무 올랐는데, 이를 좀 더 감경하여 조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Q12. 마지막으로 가족이나 친구 등 늘 곁에서 힘이 되어준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어릴 적 저로 인해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많으셨을 부모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제 곁에서 항상 큰 힘이 되어주는 출산을 앞둔 아내와, 늘 정성으로 돌봐주시는 재단 및 의원 선생님들께도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제가 주변에서 따뜻한 사랑과 도움을 받은 만큼, 저 역시 앞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힘과 선한 영향력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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