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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가족 이야기

"혈우가족 이야기"는 혈우재단 재단보 ‘코헴지’에 소개되었던 환우와 가족의 경험담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개인 보호를 위해 일부 글은 익명으로 게시합니다.

[기타] 한 걸음 더 건강하게, 가족과 함께 걷는 희망의 길
관리자 ㅣ 2026-02-26 10:07 ㅣ 1217

한 걸음 더 건강하게, 가족과 함께 걷는 희망의 길

박수민 님

산업안전관리자이며 어린 두 딸의 아버지의 수술 후기와 일상생활을 나누고자 합니다. 그의 수술과 재활 과정을 통해, 더 멀리 내다보는 삶의 지혜와 가족을 향한 깊은 사랑을 전합니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질환 정복을 꿈꾸는 내일의 희망을 함께 나눠보시기 바랍니다.

 

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44세 박수민입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두 딸을 둔 가장이기도 합니다. 현재 S사 연구소 산업안전 부서에서 환경안전 업무를 담당하는 스탭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5년 9월 26일, 경희대 본원에서 발목 골극 제거 수술을 받았고, 현재는 '코헴의 집'에서 통원치료하며 3개월째 재활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오는 3월 복직을 목표로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는 중입니다.

 

2. 최근 발목 수술을 결심하게 된 계기와 당시 상태는 어땠나요?

 

사실 저는 2000년대 초반에 이미 발목 관절경 수술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 후 10년 넘게 큰 통증 없이 잘 지내왔습니다. 그러다 4년 전쯤, 재단 물리치료실에서 권세진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다 우연히 발목 상태를 체크하게 되었는데, 겉보기와 달리 상태가 꽤 안 좋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당시에는 진료를 보며 통증 관리만 했지만, 직장 업무상 움직임이 많다 보니 상태가 점차 악화되었고 아픈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것을 느끼며 결국 수술을 진지하게 고려하게 되었습니다.

 

3. 수술 전 가장 걱정되었던 점과 수술을 최종 결정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병원을 정하는 것부터 교수님 선택까지 모든 게 고민이었습니다. 앞서 수술했던 지인들이 일상에서 겪는 통증이나 복귀 과정을 곁에서 지켜봤기에, '수술 전만큼 회복될 수 있을까?', '후유증이 길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컸습니다.

결국 고민의 핵심은 ‘지금 상태로 통증만 관리하며 버틸 것인가, 아니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수술해서 회복력을 높일 것인가’였습니다. 여러 병원을 다니며 교수님들과 상담해 보니,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이 ‘지금 버텨봤자 수술 시기는 1~2년 차이일 뿐’이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수술에는 결국 적절한 시기가 있다는 생각에 결단을 내렸습니다. 막상 수술을 해보니 생각보다 통증이 강해 힘들기도 했지만,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4. 같은 상황에 놓인 환우들에게 주고 싶은 수술 관련 조언이 있다면?

 

주로 다니시는 병원이 있겠지만, 수술을 고려하신다면 반드시 여러 병원에서 상담을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저 역시 제가 수술을 받은 경희대뿐만 아니라 세브란스, 정병원 등 여러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흥미로웠던 점은 교수님마다 견해가 조금씩 다르셨다는 겁니다. 어떤 분은 인공관절 수술을 권하셨고, 또 어떤 분은 제 나이를 고려하여 추후 재수술 가능성을 고려해 지금은 골극 제거만 진행하자고 하셨습니다. 여러 의견을 듣다 보니 저에게 맞는 치료 방향에 확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환우 여러분들도 수술을 고민하신다면 여러 병원에서 충분히 상담을 받아보시고 결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5. 약물 투여나 치료 관리 능력이 뛰어나신데, 본인만의 팁이 있을까요?

 

사실 특별한 팁이라기보다 ‘의료진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실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정기적으로 약을 타고 진료를 보지만, 의료진은 우리를 오랫동안 지켜보며 우리가 미처 못 느끼는 데이터와 기록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분들이 그때그때 필요하다고 주시는 조언을 적극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저는 혈우재단뿐만 아니라 지역 내 여러 거점 병원을 골고루 다니며 제 건강 상태를 기록해 두려고 노력합니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나 다른 지역에 오래 머물러야 할 때 등 재단에 오지 못할 경우, 다른 거점 병원에도 제 진료 기록이 남아 있으면 효과적인 조치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약값 보험 처리 등 약간의 번거로움은 있을 수 있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활용할 수 있는 병원이 많을수록 환자 입장에서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엔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6. 취미인 ‘스키와 보드’가 위험하진 않나요? 가족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저는 겨울을 무척 좋아합니다. 대학 시절 강사를 하던 지인과 친해져서 자연스럽게 보드를 시작하게 됐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인생 취미가 되었습니다. 처음 스키장을 방문했을 땐 강사 지인을 비롯하여 "혈우병 환우가 다치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많이 한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철저한 예방요법으로 주사를 맞고, 비상약을 챙기고, 안전 장비를 완벽히 착용하니 지금까지 큰 부상 없이 즐길 수 있었습니다.

성인이 된 후에는 가족들의 반대도 거의 없었습니다. 다만 스키장을 계속 다니는 조건으로, 엉덩이나 무릎 보호대에 그치지 않고 상체 보호대와 헬멧까지 포함한 모든 보호장비를 착용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지금은 아내와 아이들도 함께 스키장을 다니는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수술로 인해 올해는 쉬고 있지만, 완쾌 후에 가족들과 함께 일본으로 스노보드 원정을 다녀오는 것이 제 큰 목표 중 하나입니다. 환우 여러분들도 지레 겁먹기보다는 충분한 관리와 보호장비를 착용 후 경험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7. ‘코헴의 집’ 생활의 장단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코헴의 집은 정말 획기적인 시스템입니다. 어떤 환자 단체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요즘 요양병원 시스템과 같은데 예전부터 선진적인 치료체계를 도입했다고 생각합니다. 병원처럼 체계적으로 관리 받으면서도, 일반 가정집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입원실의 환자 베드가 아닌 편안한 휴게 공간에서 쉰다는 점이 치료에 큰 도움이 됩니다. 과거에 비해 수술환우가 많이 줄어 1인 1실처럼 쉴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굳이 불편한 점을 꼽자면 일반 병원에 입원했다면 한 건물에서 치료와 휴식이 가능한것에 반해 재단을 오갈 때 교통 사정에 따라 시간이 지체될 수 있다는 점 정도인데, 집에서 통원하는 느낌이라 감당가능한 수준의 불편함입니다. 식사 같은 경우도 예전에는 직접 해주시는 '집밥'의 매력이 있었다면, 요즘은 배달 음식을 통해 메뉴의 다양성이 대폭 상승했다는 게 또 다른 장점입니다. 재활이 필요한 환우분들이 더 많이 이용하셨으면 좋겠습니다.

 

8. 현재 하시는 ‘환경안전’ 업무를 환우들에게 추천하시나요?

네, 적극 추천합니다. 저는 디스플레이 연구소에서 화학물질과 설비를 관리하며 산업안전, 소방, 작업환경 수검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최근 정부의 안전·보건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 분야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저는 대기업의 연구소에 다니고 있어서 복리후생이 굉장히 잘되어 있어 제가 다니는 회사로 오시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충분히 유망한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고령화 사회로 갈수록 노하우가 쌓이는 전문직이라 장기적으로 일하기에도 좋습니다. '산업안전기사' 등 관련 자격증 역시 많고 원하는 방향에 따라 안전관련, 환경관련, 유해물질 관련 자격증 등 다양하기 때문에 각자 추구하는 방향으로 취득하면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9. 결혼과 출산을 고민하는 환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저는 두 딸을 둔 아빠입니다. 아내와 저는 학창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여서 와이프에게 혈우병에 대해서 구구절절하게 설명하지도 숨기지도 않았습니다. 아내와 저 사이에서 혈우병이라는 것 때문에 연애와 결혼에 대해서 장벽이 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다만 출산을 앞두고 딸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보인자가 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내와 걱정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저희가 내린 결론은 '내가 자라온 환경보다 지금이 훨씬 좋고, 우리 다음 세대는 더 좋은 환경에서 치료받을 것'이라는 확신이었습니다. 치료 환경은 이미 몰라보게 좋아졌고, ‘이 아이가 혈우병의 무게를 감당할 때가 되면 환경이 더 좋아질 것이고 질환의 정복도 어느 정도 이루어지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있습니다.

요즘에는 많은 예비부부, 출산예정자들을 위한 유전자 검사 등 의료적 도움도 충분히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너무 움츠러들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세대가 환경적 영향으로 조심하며 살았다면, 요즘 아이들은 관리만 잘하면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재단의 상담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보시고, ‘결혼과 출산에 대해 지레 겁먹고 밀어내지마라 걱정하지마라’라고 꼭 전하고 싶습니다..

 

10.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다른 사람에 비해서 표현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늘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제 건강을 늘 배려해주고 새로운 정보를 먼저 공유해주는 아내에게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특히 이번 수술 과정에서 아내가 혼자 감당해야 할 몫이 커서 고생이 많았는데 불평불만 없이 묵묵히 도와준 덕분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아빠가 주사 맞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노출되다 보니 혈우병이 있다는 것을 자세히는 모르지만 아이들도 어느 정도 인지가 되어있고 발목 수술 과정에서 집에 잘 가지 못하는데 갈 때 마다 반겨주는 우리 딸들도 너무 고맙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건강하게 회복해서 돌아갈 테니 우리 더 행복하게 살자.’ 그리고 늘 많은 도움을 주시는 부모님과 장모님, 정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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