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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가족 이야기

"혈우가족 이야기"는 혈우재단 재단보 ‘코헴지’에 소개되었던 환우와 가족의 경험담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개인 보호를 위해 일부 글은 익명으로 게시합니다.

[환우 수기] 교환학생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한 나의 인생
관리자 ㅣ 2019-10-07 11:40 ㅣ 60

뛰어놀기 좋아했던 어린 시절

안녕하세요. 경기도 안양에 살고 있는 24살 환우입니다. 저는 올해 상반기에 한 회사에 입사하여 현재

신입사원으로 열심히 근무중에 있습니다. 직장인으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요즘, 재단 소식지인 <코헴지>

통해서도 처음으로 인사드리게 되어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렇게 글로써 저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게 조금은

서툴게 보일 수 있어도 너그럽게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어렸을 적에 저는 누구보다 뛰어놀기를 좋아하는 어린아이였습니다. 저에게 혈우병이 있다는 사실도 놀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 집에 장난감 농구공이 있었는데, 심심할 때마다 그것을 튕기며 뛰어놀고는 했습니다.

그날도 평소처럼 집 안에서 농구공을 튕기며 신나게 뛰어놀다가 그만 화장대에 머리를 부딪치고 말았습니다.

그 바람에 이마가 찢어져 피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병원에 가서 이마를 꿰맸는데도 피가 멈추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면서 기다렸는데도 지혈이 이뤄지지 않자 의사선생님께서 큰 병원에 가볼

것을 권하셨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졸이며 큰 병원으로 찾아가 검사를 받은 결과 혈우병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1년간의 교환학생, 교우들을 위한 멘토로도 활동

저는 대학교 재학시절 1년간 일본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왔습니다. 처음부터 일본으로 교환학생을 가야겠다고

계획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대학교에 들어간 뒤로 일본어에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일본어 관련 강의도

재미있게 느껴졌고 열심히 공부하여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일본어 교수님과 교류할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교수님 사이에 친분과

신뢰가 쌓여져 갔습니다. 그러던 중에 교수님께서 저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셨습니다. 교내에 일본에 있는

대학교로 교환학생을 가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지원해보지 않겠냐는 것이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만일 제가

의향이 있다면 추천해 주시겠다고도 말씀하셨습니다.

잠시 고민에 빠졌습니다. 1년 동안 일본으로 교환학생을 떠나 공부를 하는 게 좋을지, 아니면 한국에서

공부하면서 정해진 학사일정을 마치는 게 좋을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고민 끝에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교환학생을 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러나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지원하기까지 남아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왕에 가기로

결심한 만큼 남은 시간 동안에나마 잘 준비하여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짧은 시간 동안 착실하게 준비하여

교환학생에 지원하였고 다행히도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1년간 일본에서 대학생활을 하면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교환학생을 떠나기 전만 해도

소심한 성격에 자신감이 부족한 편이었습니다. 저에 대한 확신도 부족한 편이었고 앞길이 막막하게만

느껴졌었습니다. 하지만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교환학생을 하면서 이러한 성향이 변화되었습니다.

가족의 보살핌에서 벗어나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자립심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혼자서도 충분히

자립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갖게 되었습니다.

1년 동안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교환학생을 마친 것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지에서 별 탈 없이 지낼 수 있었던 것은 자가주사 덕분이었습니다. 저는 대학교 재학 중에 자가주사를 배웠습니다. 자가주사에는 여러

장점이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해외에 나가보니 그 장점들을 훨씬 더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해외에서는 진료를 보거나 약을 타는 것이 한국보다 많이 어려운데 자가주사를 하면 아무래도

출혈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만일 자가주사를 하지

못하였다면 교환학생의 기회도 활용하지 못하였을 것 같습니다.

교환학생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학교에 복학하여 다시금 학업에 임했습니다. 그러던 중 일본어

교수님께서 또 한 가지 소식을 들려주셨습니다. 교내 일본어 동아리에서 방과 후 멘토링 수업을 하고 있는데

참여해보지 않겠냐는 것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1년 동안의 교환학생 경험을 살려 일본어를 배우는 동아리

학생들의 멘토가 되어볼 생각이 없냐고 하셨습니다.

저 또한 일본어를 더욱 공부하고 싶은 마음으로 교환학생을 떠났던 만큼, 일본으로 교환학생을 갈 생각이 있거나

일본어를 더 잘하고 싶어 하는 교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긍정적으로 생각한 끝에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교우들의 일본어 학습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은 해외에서의 공부치고는 긴 시간이라고 할 수 없지만, 그곳에서 보고 느낀 것, 배운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다시금 유학생 시절을 떠올리며 그 시간이

정말 값진 경험이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새내기 프로그래머

저는 올해 상반기에 한 IT회사에 취업하여 직장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저희 회사는 여러 기업들에 HR(인사)

관련 컨설팅을 제공하여 보다 나은 HR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컨설팅과 프로그래밍을 해주는 게 저의 역할입니다.

제가 이 분야로 진로를 잡고 취업을 하게 된 데는 어렸을 적 받은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게임을 좋아하고 즐겨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컴퓨터와 게임 분야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단순히

컴퓨터와 게임만 좋아하는 것을 넘어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도 좋아했습니다. 그러면서 점차 컴퓨터

관련 직업을 갖고 싶다는 마음도 생겼고 결국에는 프로그래머 쪽으로 진로를 잡게 되었습니다.

이 직업의 장점으로는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많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저희 같은 혈우 환우들은 아무래도

몸을 많이 사용하거나 외근이 잦으면 관절 등에 무리가 올 수밖에 없는데, 그런 면에서 프로그래머는 출혈

걱정이 적은 편입니다. 또한 IT가 중요한 요즘 시대에서는 활용가치가 높은 직업입니다. 지금도 많은 기업들에서

프로그래머를 원하고 채용하고 있는 만큼 쉽게 고갈되지 않는 직업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프로그래머는 몸을 적게 사용한다고 말씀드렸지만, 가끔은 이러한 장점이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자세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생기는 문제가 있습니다. 틈틈이 스트레칭을 해주지 않으면

오히려 몸에 무리가 올 수 있습니다. 시력도 쉽게 떨어질 수 있고요. 업무 외적으로도 운동과 체중관리를

함으로써 건강을 관리해야 합니다. 여기에 일이 몰리는 시기에는 야근을 하는 날이 많다는 것도 단점 가운데

하나입니다.

저도 그렇지만 20대 환우들의 경우 취업과 진로에 대한 고민이 무척이나 많으실 것입니다. 출혈에 대한

걱정만으로도 고민이 많은데 여기에 취업까지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비록 현재는

힘들고 고민이 많을지라도 열심히 준비하셔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환우, 가족 여러분들께 건강과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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