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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가족 이야기

"혈우가족 이야기"는 혈우재단 재단보 ‘코헴지’에 소개되었던 환우와 가족의 경험담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개인 보호를 위해 일부 글은 익명으로 게시합니다.

[환우 수기] 밝고 긍정적으로, 오늘도 힘차게!
관리자 ㅣ 2019-07-01 09:55 ㅣ 319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기 좋아했던 학창시절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부산에 살고 있는 30살 혈우 환우입니다. 얼마전까지 저는 서울로 올라가 수술을 받고

환우 쉼터(코헴의 집)에 머물며 재활을 하고 다시 고향으로 내려왔습니다. 글 솜씨가 부족하지만 지면으로나마

많은 환우, 가족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적어봅니다.

저는 중학교 2학년이 되던 15살 때 혈우병 확진을 받았습니다. 대부분 그렇겠지만 한창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좋아하는 나이였던지라 하루 중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친구들과 장난치고 놀고 운동하는 데 보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저는 조금 많이 활기차고 밝은 아이였습니다. 욕심도 많은 편이었던 터라 남들이 하는 것은

무조건 다 따라서 해야 했고 장난치는 것, 운동하는 것, 대화하는 것, 기타 등등 뭐 하나 빼놓지 않고 다 좋아하고

참여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주변에 친구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밝고 활기찬 학창시절이라고 말할 수 있지요. 하지만 이쯤 되면 우리 환우들에게는 한 가지 문제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너무 열심히 놀고 활동하다 보면 출혈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느 날부터 계속 무릎이 부어오르고 아프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싶은 마음에 동네에 있는 종합병원에 갔습니다. 병원에서는 제 무릎에 물이 찬 것

같다며 몇 차례 치료와 깁스를 반복했습니다. 그래도 상태가 별달리 호전되지 않자 관절경시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관절경시술을 받자 비로소 제 몸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무릎이 좋지 않은,

다른 사람들도 이따금 받을 수 있는 관절경시술인데 유독 저만 시술 과정에서 출혈이 많이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정밀검사를 거친 결과 저에게 혈우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혈우병에 걸린 걸 알게 되었지만 제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에게도 아무런 망설임 없이 혈우병이

있다는 사실을 오픈하였습니다. 친구들은 오히려 저의 그런 솔직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평소처럼 거리낌

없이 대해주었습니다. 아니, 사실 저보다 친구들이 더 극성맞았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혈우병을 알기 전과 후

모두 즐거운 청소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두 번의 수술을 통해 얻은 깨달음

저는 지금까지 총 2번의 수술을 받았습니다. 첫 번째 수술은 중학교 재학시절 받은 관절경수술입니다.

당시 좋지 않았던 상태에 비해 너무 늦게 병원을 찾았던 관계로 관절 각도가 많이 나오지 않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재단 사회복지사 선생님의 도움으로 동서신의학병원(현 강동경희대병원)의 김강일 교수님께

진찰과 수술을 받았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왼쪽 무릎에 관절경수술을 받고 근육을 절제하여 각도를 늘리는

수술이었습니다. 조금만 더 일찍 관리하였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수술입니다.

두 번째 수술은 바로 얼마 전에 받은 오른쪽 무릎 관절경수술입니다. 오른쪽 무릎도 각도가 잘 나오지 않아서

불편하던 차에, 각도를 늘리고자 하는 마음에 관절경수술 및 인대를 늘리는 수술을 하였습니다. 사실 당시

병원에서는 의학적으로는 굳이 할 필요성이 없다는 소견을 냈지만, 제가 무리하게 진행한 부분이 컸습니다.

제 욕심이 다소 지나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수술을 받은 후에도 무릎에 혈종이

생겨 두 차례나 혈종제거술을 진행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일들을 계기로 저는 평소 관리의 중요성과 의료진(의사선생님, 물리치료선생님 등등)의 말씀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몸이 아프고 불편한 것은 우리 환우들이지만 치료와 관리는 혼자서만

하는 게 아닌 만큼 지침을 잘 듣고 조언을 구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수술 후에는 서울에 있는 환우 쉼터(코헴의 집)에 입소하여 매일 아침마다 재단의원에 내원하여 도수치료,

전기치료, 열치료 등의 물리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렇게 매일매일 규칙적으로 치료를 받고 운동을 하니 확실히

재활이 잘 이루어졌습니다. 환우 쉼터에서의 생활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어려운 것 없이 너무도 편하게 지냈고

매일 아침이면 재단과 코헴회의 직원분들이 쉼터에 있는 환우들을 위해서 차량운행도 해주셔서 재활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매 끼니마다 신경을 써주시는 것도 정말 좋았습니다.

저는 현재 다시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와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재활을 마치긴 하였지만 아직은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사무직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6시면 일어나 씻고 출근하고 퇴근 후에는

간단히 운동을 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 물론 유지요법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유지요법과 함께

매일 매일 조금씩이나마 스트레칭과 근력운동, 밴드운동을 하면서 건강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내 몸은 내가 챙겨야지

이렇게 글을 쓰면서 저의 지난 삶을 돌아보니 제가 정말 어리석게 살았던 부분이 많았음을 깨닫게 됩니다.

누군가 알려주기 전까지 스스로 제 몸에 대해 관심조차 없었을 정도로 무디게 살아왔습니다. 주사는 아플 때만

맞았고 아프지 않을 때는 출혈이나 건강관리에 신경조차 쓰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대체 왜 그랬을까하며 후회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신경써서 건강을 챙기고 걱정하고 관리를

하였더라면 좋았을 텐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리하는 건지 방법을 몰랐다면 먼저 물어봤어야 했고, 옆에서

누군가가 조언을 해준다면 귀담아 들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별로 물어볼 생각도 하지 않았고 옆에서

누군가 조언을 해주더라도 별로 와 닿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혈우병을 관리하는 것에 있어서 본인이 주체적으로 관리를 하는 것과 누군가 옆에서 도와줘서 수동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매우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시는 환우분들 가운데 나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관리를 소홀히 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면 이제부터는 내 몸은 내가 챙겨야지라는 생각을 갖고 열심히

관리하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현재, 혹은 가까운 시일에 수술을 고려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무작정 수술을 하기보다는 오랫동안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고 운동 등의 관리를 함으로써 자신의현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하시고 의료진의 도움을

받으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조금 더 밝은 마인드로, 하루하루 알차게!

마지막으로 다른 환우분들과 부모님들께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는 지금 30년 정도밖에 살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계신 혈우 환우분들 중에는 저보다 나이가 어린 친구들도 많고 나이가 많으신 분들도 꽤 계실

것입니다. 환우들의 삶이 모두 조금씩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출혈과 아픔을 경험하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드리는 말씀이지만 감추거나 숨으려고만 하지 마시고 조금씩 자신을 드러내려고 도전해보시고

마인드를 전환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더불어 환우 부모님들은 자녀들과 같이 소통하시면서 자녀를 보다 잘

이해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어린 친구들이 자신감을 갖고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날 전국 각지에 여전히 출혈관리와 도움을 필요로 하는 환우분들이 많이 있을 텐데 앞으로 더욱

많은 분들이 필요한 도움과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재단에서 조금이나마 더 신경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감사하지만 조금만 더 힘내주세요!^^)

저는 이제 새로운 계획을 설정해보려고 합니다. 조금 늦게 시작한 직장생활이지만 남들과 다시 어울려

살아갈 수 있음에 보람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단순히 목표를 이루는 것보다 그 과정에서의 희열과 경험을

느끼고 하루하루 알차게 지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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