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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가족 이야기

"혈우가족 이야기"는 혈우재단 재단보 ‘코헴지’에 소개되었던 환우와 가족의 경험담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개인 보호를 위해 일부 글은 익명으로 게시합니다.

[환우 부모 수기] 가족은 사랑이더라
관리자 ㅣ 2019-04-09 09:40 ㅣ 298

많은 도움이 되었던 부모교육

안녕하세요. 저는 전남 순천에 살고 있는 환우 엄마입니다. 저는 두 아들과 바르고 성실하고 잘생긴 남편과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저희 큰 아들은 몸은 튼튼하지만 공감능력이 아주 조금 부족한 반면, 둘째 아들은

비록 혈우병을 가지고는 있지만 마음이 따뜻하고 공감능력이 좋습니다.

저는 지난 218일 순천에서 열렸던 환우 부모교육에 참석하고 돌아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로 참석한

재단의 교육프로그램이었는데, 첫 번째 교육은 전에 광주의원에서 열렸던 신규가족 교육이었습니다. 그때 교육을

진행하셨던 선생님들께서 혈우병에 대해 정리를 잘 해주시고 쉽게 가르쳐 주셔서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순천에서 부모교육이 열린다며 사회복지사님께서 참석을 권유하셨을 때 바쁜 일정을 쪼개어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교육도 좋은 점이 많았습니다. 특히 유전자검사와 혈우병 진단에 대한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혈우병 진단을 받은 후 부모의 심리상태와 역할은 예전에 한 번 들어본 적이 있어서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한 번 더 배워보니 부모로서 다시금 마음을 다잡게 되었습니다.

특히 유전자검사를 통한 혈우병 진단과 임신 과정에서의 혈우병 진단법 등은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었습니다.

마흔이 넘은 나이인지라 셋째 아이를 가질 계획은 없지만 환우 자녀를 둔 엄마로서 혈우병 진단방법과 그 외의

치료법들이 앞으로 잘 연구되고 발전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또한 복지사 선생님께서 부모의 입장에 맞춰 실제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해주시는 게 좋았습니다. 자녀를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보낼 때 등을 예로 들어주셨는데, 학교에서 아이가 입학을 거부당하거나 특별활동에서

제외되더라도 속상해 하지 말고 쿨하게대처하자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상황이 닥쳤을 때

이에 대해 미리 알고 생각하고 있었다면 당황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교에서 선생님들과 상담할 때 엄마로서 혈우병에 대해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는 말씀도 좋았습니다.

복지사님께서는 학교 선생님께 아이의 혈우병에 대해 설명하고 주의사항을 당부하는 방식의 하나로 편지글을

보여주셨는데 그것도 참 좋았습니다.

 

주사를 맞으며 깊어지는 아빠와 아들 사이

이번에는 저희 아이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저희 둘째 아이는 다섯 살쯤 되었을 때 계단에서 넘어져서

이마를 다쳤습니다. 그때 한동안 이마에 붕대를 감고 있었는데 완전히 낫기까지 참 오래 걸렸습니다. 여섯 살이

되던 해에는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길에 무릎이 아프다며 걷지 못하겠다고 하였습니다. 놀다가 다쳤나

생각하여 무릎을 봤지만 아무런 외상이 없었습니다. 이틀이 지나도록 상태가 좋아지지 않아 병원에 갔더니

깁스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쯤 지났을까요. 무릎에 둘려 있던 깁스를 풀고 이제 괜찮겠거니 하였는데, 도로 다리가 아프다고

하였습니다. 다른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광주 전남대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봤더니

혈우병B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렇게 저희 아이의 혈우병 진단을 받게 된 것이었습니다.

진단 후 3주 정도 입원을 하고 퇴원하면서 병원 선생님으로부터 처음으로 혈우재단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재단에 등록해야 하는 이유를 잘 몰랐습니다. 그저 문제가 있을 때 광주나 화순에 있는

전남대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유지요법은 당연히 몰랐거니와 출혈 예방의 중요성도 잘 몰랐습니다. 그저 다치거나 아프다고 할 때만 진료를

받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다가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 겨울에 다시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이의 무릎이

다시 아프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하루 이틀 지나면 괜찮아진 적이 있었기 때문에 한 이틀 정도 있다가

화순전남대병원에 갔습니다. 그런데 열흘이나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소아암 병동에 있으면서 혈우병에 대해 보다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일종의 터닝포인트였다고 할까요.

저희 아이가 일반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부러워하는 같은 병동 내의 사람들을 보면서 그때서야 우리 아이가

이만하길 다행이다라며 감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아프지 않게 잘 키우고 싶은 마음으로 재단에

등록하게 되었습니다.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우리 아이는 4학년이 되어서야 유지요법을 시작했습니다. 이전에는 출혈 증상이

있을 때마다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았는데 이제는 아빠가 직접 주사를 놓아줍니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만

주사를 맞았는데 학교에서 체육수업이 있는 것을 감안하여 이제는 일주일에 두 번씩 주사를 맞고 있습니다.

아빠가 처음 주사를 놓아줬을 때만 하더라도 어려운 점이 많았습니다. 혈관이 약할 뿐만 아니라 육안으로

잘 보이지 않아서 주사에 실패할 때가 많았고 그럴 때마다 아이는 아프다며 울었습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연습을 거듭한 끝에 이제는 아빠도 아이도 자신감 있게 주사를 하고 있습니다. 울지도 않고 담담하게 주사를

맞으며 아빠에게 혈우병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는 모습이 의젓하기만 합니다. 늘 같은 모습으로 성실히

주사를 놓아주는 아빠와 둘만의 신뢰와 정이 더 쌓여가는 것 같아 뿌듯한 마음까지 듭니다.

 

아빠의 등, 아빠의 사랑

아이랑 같이 있다 보면 제가 아이를 너무 감성적으로 나약하게 키우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아이의 갑작스런 몸놀림에 놀라기도 하고 아이에게 하지마라고 하는 것이 많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아이의 반응에 담담하게 표현하려 하고, 엄마가 생각하는 아이의 위험요소를

제거하고자 노력합니다. 말을 하는 데 있어서도 부정적인 말보다는 다른 행동을 할 것을 권유하며 긍정적으로

말하고자 노력합니다. 물론 쉽지는 않지만 양육은 모든 엄마, 아빠들에게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하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됩니다.

더불어 가능하면 아이들과 여행을 자주 다니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행을 하다보면 많이 걷게 되는데 걷다가

아이가 아프다고 하면 남편이 아이를 업고 계속 걸음을 옮깁니다. 작년에는 중국 베이징에 가서 자금성을 보고

왔는데 그때도 거의 여정의 절반 이상을 남편이 업고 다녔습니다.

초등학생 남자 아이를 업고 걸어다니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 힘들 법도 한데, 남편은 별로 힘들어하는 기색이

없습니다. 오히려 가능하면 많이 업어주고 싶다고 합니다. 남편도 어렸을 때 몸이 아프거나 울 때면 아버님께서

자주 업어주셨다고 하는데, 그때 아버님의 등에서 느껴졌던 편안함이 아직까지도 기억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도 커서 아빠 등에서 느꼈던 편안함을 기억할 거라고, 그래서 할 수 있는 한 많이 업어주고 싶다고

합니다.

저는 남편처럼 힘이 세지 않아서 업어줄 수는 없지만 그 대신 많이 안아줍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과

용서하는 마음, 그리고 제가 잘못한 것들도 아이에게 자주 말로써 표현하고 함께 기도합니다.

물론 저도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습니다. 우리 아이가 혈우병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만 해도 세상의 끝에

서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왜 우리 아이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그저 하나님이 원망스럽고 우울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혈우병이 관리만 잘 하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큰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같은 처지에 있는 환우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도 어느 정도

위안이 됩니다. 나아가 재단을 통해 아이들, 부모님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정보를 공유하고 힘이 들 때

돕는다면 서로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재단에 고마운 마음이 많습니다. 저희 가족은 재단을 통해 유지요법을 알게 됨으로써 삶의 질이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유지요법을 몰랐을 때만 해도 아이에게 늘 조심하라고 경고하고, 아이가 다치면

왜 다쳤냐며 화를 냈습니다. 그러고 나면 아이나 저 모두에게 비참한 심정만 남았습니다.

이제는 과거와 다릅니다. 아이가 다치거나 부상을 당하더라도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고 불안한 마음도 훨씬

덜합니다. 조금이나마 평범하게 살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부족하지만 이만 글을 마치겠습니다. 환우, 부모 여러분들께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한 일들이 있기만을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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